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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행복 경제: GDP 대신 GNH(국민총행복)로 경제를 평가하는 실험

1. 부탄의 독특한 경제 철학: GDP가 아닌 GNH를 선택한 이유부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이라는 개념을 경제 평가의 중심에 두고 있는 나라다. 대부분의 국가가 경제 성장을 평가할 때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삼지만, 부탄은 물질적 성장보다는 국민의 정신적·사회적 행복을 우선순위로 설정했다.이러한 접근 방식은 부탄의 전통적인 불교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탄 왕국은 개인의 행복이 경제 발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선언하며, 경제 정책을 결정할 때 사회적 조화, 환경 보호, 문화 보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려하는 GNH 지수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이 모델은 현대 경제학이 추구하는 ‘성장 중심적 사고’와는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전..

몰디브의 해양 경제: 가라앉는 섬이 어떻게 고급 리조트 산업으로 살아남았나?

1. 몰디브의 지리적 특성과 경제적 도전몰디브는 인도양 한가운데 위치한 1,200여 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국가로, 평균 해발고도가 1.5m에 불과하다. 국토 면적은 약 298㎢로, 수도인 말레(Male)는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주요 도시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몰디브는 세계에서 가장 기후 변화에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해수면 상승은 몰디브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몰디브의 많은 섬들이 침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몰디브 정부는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 변화 대응 정책과 경제 모델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몰디브는 이러한 도전에 맞서 독창적인..

남극의 경제학: 조약 아래 숨겨진 연구소와 관광산업의 수익 구조

1. 남극 조약과 경제 활동의 제한: 국제적 규제 속에서 운영되는 경제 구조남극은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을 가진 대륙이지만, 그 안에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연구 가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남극에서의 경제 활동은 다른 대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1959년 체결된 '남극 조약(Antarctic Treaty)'에 의해 대륙이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극 조약은 영토 주장 중단, 군사적 이용 금지, 과학 연구의 자유 보장 등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며, 경제적 개발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특히, 조약에 따라 남극 대륙에서의 광물 자원 개발과 상업적 어업 활동은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 1991년 채택된 ‘마드리드 의정서’는 남극에서의 모든 광물 자원 탐사 및 채굴을 금지하고 ..

탄자니아의 사파리 경제: 야생 동물 보호가 어떻게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가?

1. 사파리 관광이 탄자니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탄자니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파리(Safari) 관광지 중 하나로, 야생 동물을 보호하면서도 이를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탄자니아의 관광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7%를 차지하며(2023년 기준, 탄자니아 관광청 자료), 외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특히 세렝게티 국립공원, 응고롱고로 보호구역, 킬리만자로 국립공원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이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탄자니아 정부는 야생 동물 보호를 통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구축하며, 보호구역 확대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관광업의 ..

파나마의 선박 경제: 조세회피처를 넘어 글로벌 해운 중심지가 된 이유

1. 파나마의 선박 등록제: 세계 최대의 선적 국가가 되다파나마는 국토 면적이 작고 경제 규모도 크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이 등록된 국가다. 국제해사기구(IMO)와 UN 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선박의 약 16%가 파나마 국기를 달고 운항하고 있다. 이러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독특한 선박 등록 제도와 유리한 법적 환경이 있다.파나마는 1920년대부터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 제도를 도입해 외국 선사들이 자국에서 쉽게 선박을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제도를 통해 선사들은 높은 세금과 엄격한 노동 규제를 피할 수 있었고, 파나마는 선박 등록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또한, 선박 등록 절차가 간단..

카리브해의 '시민권 경제': 국적을 사고파는 나라들의 경제 전략

1. 시민권을 경제 자원으로 삼다: 카리브 국가들의 독특한 전략카리브해에 위치한 일부 소국들은 경제 규모가 작고 산업 기반이 제한적이다. 전통적으로 관광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해 왔으나, 최근 몇십 년간 ‘시민권 투자 프로그램(Citizenship by Investment, CBI)’을 통해 새로운 경제 모델을 구축했다. 일부 카리브 국가들은 국적을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채택했다.특히 세인트키츠네비스, 도미니카, 앤티가 바부다, 그레나다, 세인트루시아 등이 시민권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만 명의 외국인 투자자가 카리브 국가의 시민권을 취득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신청자가 일정 금액을 정부 기금에 기부하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으..

북극권의 경제 전쟁: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가 북극에서 벌이는 자원 전쟁

1. 북극의 전략적 가치: 경제적·지정학적 요충지로 부상북극권은 혹독한 기후 조건을 가진 지역이지만, 최근 들어 경제적·지정학적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자원과 항로가 개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북극 해빙 면적은 40% 이상 감소했으며, 2023년 9월 기준으로 연간 최저 해빙 면적이 역대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해운 경로와 자원 개발 가능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제적인 경제 및 안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과거에는 두꺼운 얼음층으로 인해 개발이 불가능했던 지역이 이제는 광물, 석유, 천연가스 등의 채굴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새로운 해상 물류 루트까지 형성되고 있다..

바베이도스의 디지털 노마드 경제: 관광지에서 원격 근무 허브로 변신한 비결

1. 바베이도스의 경제 구조와 디지털 유목민(Nomad) 전략의 등장바베이도스는 전통적으로 관광업과 금융 서비스 산업에 의존해 온 국가다. 이 섬나라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관광객 수가 급감했고, 국가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2019년 바베이도스는 약 7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관광 산업에서 창출했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객 수가 90% 이상 감소하면서, 호텔과 관광 관련 사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바베이도스 정부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모색했고, 디지털 유목민(Nomad)을 유치하는 전략을 핵심 대책으로 내세웠다.2020년, 바베이도스..

글로벌화의 종말?: 보호무역과 자국 중심 경제로의 회귀

1. 글로벌화의 퇴조: 보호무역주의의 부상과 세계 경제의 변화20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글로벌화는 세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9%에서 60% 이상으로 증가하였으며, 세계 상품 및 서비스 교역량도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5% 이상 성장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국경을 초월한 공급망을 구축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했고, 신흥국들은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을 통해 산업화를 가속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국경을 넘어 생산과 유통을 최적화하며, 국가들은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화의 흐름이 약화하고 있으며, 각국이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 ..

일본의 장기 불황과 회복 전략: 경제 성장과 디플레이션의 교차점

1.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반 거품(Bubble) 경제가 붕괴하면서 장기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급격한 상승을 경험했으며, 기업과 개인들은 대규모 대출을 기반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일본은행)이 과열된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자산 가격이 급락했다.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붕괴는 금융권의 부실채권 문제를 초래했고, 많은 은행과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 기업들은 과잉 부채를 줄이기 위해 투자를 축소하고 소비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경제는 저성장,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에 빠졌고, 이 현상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용..